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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UK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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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기스

2016.03.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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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과 집착, 시기와 패배감. 이런저런 불편한 감정을 끌어안은 우리, 비정상일까? ‘완벽한 정상인’이란 판타지다. ‘평균’의 기준치가 유달리 높은 대한민국에서 성취를 해 나가다 보면 당연히 마음에 ‘생활기스’가 생긴다. 그건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아주 예쁜 증거다. 







괜찮아, 정상이야 
‘싸이월드’의 일부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 나의 꽃답고 쓰레기 같은 추억의 무덤! 더 늦기 전에 흑역사를 확인하고 삭제해야만 했다. 심호흡하고 로그인을 했다. 8년 전 어느 날의 ‘다이어리’가 일촌들이 보낸 스티커로 뒤덮여 있다. ‘힘내’ ‘박카스’ ‘난 네 편’ ‘잘될 거야’. 일기장에는 “삶은 영원한 고통. 월요일마다 전쟁이나 지진이 나길 바란다. 그저 죽고 싶다”고 쓰여 있다. 이걸 내가 썼다고? 낯설고 서먹하다. 당시의 상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과 <위플래시>의 교수를 50%씩 섞은 인물이었다. “네 원고, 이 책에서 표절한 거지?”라며 철학서들을 면전에 던지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초보 기자로서 불안 증세가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자기 검열이 심해져 밤을 새워도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가 절대 올 리 없는 우리 집 앞에서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185cm의 거구, 늘 메는 백팩) 남자를 보고 심장이 튀어나올 뻔한 적도 있다. 보고를 할 때면 늘 얼굴이 시뻘게지고 목이 잠겼다. ‘아무래도 상담을 받으러 가야겠다’고 다짐하던 때, 불현듯 ‘악마’가 사직서를 냈다. 그런데 그의 이름 세 글자가 인트라넷에서 사라지고 한 달 후, 다시 만사태평한 내가 됐다. 이상 증세는 예상외로 오래가지를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상이 아닌가…” 고민하다 고민 자체가 사라진 일이 수없이 많다. 아버지를 닮은 ‘나쁜 남자’에게만 빠지는 내가 ‘파더 콤플렉스’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니 돌쇠, 머슴, 순둥이 같은 스타일에게 몸과 마음이 옮겨갔다. 한때 전화 공포도 상당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전화에도 ‘회의 중’ 문자 메시지를 띄우곤 했다. 카톡, 페북 메시지, 트위터 디엠, 네이트온이 통화보다 잦게 되는 세상이 되니, 이제 전화 공포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말에도 섭외와 취재의 순서를 짚어보는 일이 잦아져 워커홀릭에 관한 심리학 서적을 독파한 적도 있었다. 결국 노트북에서 워드와 엑셀을 지우고 미드를 잔뜩 깔아봤다. 일 생각? 자동 소멸됐다. 동해에서 놀다가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후로 물 공포가 생기는가 싶었다. 하지만 호주 여행을 갔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악착같이 래프팅이며 스노클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물 공포는 무슨, 돈을 냈으니 입술이 시퍼래지도록 놀아야 했다. 예전의 내가 ‘비정상’이라고 의심했던 것들. 그건 그저 평범한 불안과 상처와 두려움이었다. 인생 속 사사로운 불행일 뿐이었다. 상황이 나아지니 모두 잊혀졌다. 그저 나의 정상성을 의심하는 일이 스스로를 더욱 괴롭혔던 것이다. 우리는 참 열심히 살아간다. 보통은 돼야지, 남들만큼만 해라, 최선을 다해도 모자란다… 자기계발서마다 우리를 윽박지르는 맵고 쓴 문장이 넘친다. 마음의 상처는 그저 우리가 너무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느라 생긴 게 아닐까. 물건을 열심히 사용하면 생기는 ‘생활기스’처럼.



PART 1 마음의 ‘생활기스’, 정상일까?
정신과 의사 하지현은 <그렇다면 정상입니다>에서 “쓰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흠집을 생활기스라고 하듯 마음에도 생활기스가 생긴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활기스급의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다가 만성적 우울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갈 필요도, 심리학 서적을 독파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비정상과 정상’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정상과 건강’ 사이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다이아몬드도 현미경으로 보면 상처투성이다. 행복만으로 가득한 완벽한 인생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인생의 평범한 불행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삶에서 더 중요하다.


당신과 나의 생활기스

인간관계 주말엔 늘 혼자인 나 
“언젠가부터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하는 게 차라리 편해졌다. 온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리니까, 주말엔 혼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그냥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 연애? 동호회? 생각만 해도 귀찮다. 이러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까.” (32세·서비스업)

이런 사람 의외로 많다. 회사에서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아서 사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에너지가 남아나질 않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남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걸 보면 나만 무료하게 사는 것 같아 괜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모임에 억지로 나가보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가기 전부터 불편해지기 일쑤. 그럴 땐 너무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집단 안에 속하지 않은 상태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최선을 다해 널브러지는 것이 지금의 에너지 수준에서는 최선의 휴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인 게 뭐 어떤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인생은 결국 혼자다. 다만 ‘있어야 할 것’은 늘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갑자기 상을 당했는데 부를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닫고 사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정도의 인간관계는 ‘있어야 할 것’에 속한다.


다이어트 음식만 보면 죄책감이 생겨 
“회사를 다닌 후 갑자기 8kg이 불었다. 대학 땐 160cm에 45kg이었는데! 상사에게 깨지거나 야근이 이어지면 기름진 음식이 당겨서 폭식을 한 탓이다. 하지만 외모 관리도 커리어에 중요한 부분인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면서도 매일 다이어트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요즘엔 음식만 보면 죄책감이 생긴다.” (35세·브랜드 홍보)

인간의 뇌는 하루 칼로리의 20%를 사용한다. 그래서 일이 늘어날수록, 뇌는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그러니 과로한 날, 삼겹살이나 ‘치맥’, 케이크가 당기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어떻게 보면 노동시간이 길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다이어트까지 성공하는 워킹우먼이 ‘평범’의 바깥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워킹우먼들은 크게 병이 나거나 고강도 다이어트 프로그램 같은 걸 하지 않는 한 대체로 자기가 원하는 몸매보다 살이 붙은 상태로 살게 되니까. 게다가 보통 여자들이 말하는 ‘폭식’은 ‘진짜 폭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 병이 될 정도의 폭식은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 케이크 한 판을 연속으로 먹는 수준이다. 다만 위험신호는 있다. 혼자 먹고 토하는 걸 반복하고, 또 밖에선 토하기가 어려우니까 밖에선 밥을 안 먹는 경우는 상담이 필요하다. 
 

연애 서른이 넘도록 모태솔로인 나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예쁘고 인상 좋다는 말도 종종 듣고, 성격도 무난하고, 패션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호감을 표하는 남자는 몇 있었지만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다. 누구에게도 설레지 않는 내가 비정상인 것 같다. 친구들은 잘만 연애하는데… 내가 못난 탓일까. 우울하다.” (30세·교사)

상대에게 한 가지 매력만 있어도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웃는 표정에, 섹시한 몸매에, 당당한 성격에,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반해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첫 연애와 첫 섹스는 반드시 □□살 전에 해야 한다거나 늦어도 □□살에는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고 그 누구도 정해두지 않았다. 단지 시기의 늦고 빠름일 뿐, 무엇도 문제는 아니다. 연애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서른이 넘었는데 운전면허가 없다면,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면 정상이 아닌 걸까? 잡지나 방송을 보면 모두가 연애 중인 것만 같다. 하지만 쉬지 않고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흔 넘어서까지 연애를 안 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당신은 당신이 반할 만큼 매력적인 상대를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가족 집착하는 엄마가 답답한 나 
“엄마 생각만 하면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 외출할 때마다 옷차림을 참견하는 건 예사고 연애나 회사 생활, 친구 관계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한다. 심지어 내 외모까지 관리하려 든다. 엄마는 나를 통해 지난 세월을 보상 받고 싶은 걸까?” (30세·영어강사)

엄마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동시에 자율성을 침해하는 엄마에게 분노를 느끼며 갈팡질팡하는 딸이 많다. 딸은 점점 더 독립적이 되어가는데, 노년기에 접어든 엄마는 딸에게 더 의존하게 되니 둘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떤 관계든 각자의 독립성이 온전히 지켜질 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엄마를 변화시키느니 내가 변하는 게 낫다. 엄마에게 순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장은 엄마에게 못된 딸 소리를 듣더라도 시간을 두고 거리 두기를 시도해야 한다.


커리어 꿈에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나 
“기진맥진해서 퇴근해도 쉬지를 못하겠다. 주말에도 새벽같이 잠이 깬다. 영어, 업무 관련 공부를 하느라 늘 잠이 모자란다. 나는 오래 일하고 싶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여자가 임원이 되려면 개인적 행복은 포기해야 한다고들 한다. 요즘 들어 자꾸 이게 맞나 싶다.” (37세·무역)

바이올린을 보관할 때는 현을 느슨하게 풀어 놓아야 어느 날 갑자기 툭 끊어지는 일이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 당신은 일을 ‘직업 활동’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않는 일들은 의미 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늘 몸이 녹초가 되도록 스스로를 혹사하는 게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휴식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끄고 바깥의 온갖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부러라도 멈춰 서지 않으면 판단력이 저하돼 중요한 결정을 망칠 수도 있다.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두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져야 더 오래,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 4가지 
<그렇다면 정상입니다>에서 제시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 4가지’를 알아두자. 웬만해서는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기스’가 나서 불편하고 힘들 뿐.

□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지 
거짓말은 무조건 나쁠까? 학력이나 가족 사항에 대한 거짓말? 그건 없어야 하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인사에 (실은 무척 고단하지만) “잘 지내요”라고 예의상 거짓말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거짓말이다.

□ 평균 분포곡선 안에 있는지 
모든 것은 정도의 문제다. 언제나 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면 좋겠지만, 사람인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봐야 한다. 이때 ‘평균’을  내 멋대로 상상하면 안 된다. 추운 겨울에 샤워를 미루는 것? 야근 후 너무 피곤해서 자주 씻지 않고 잠드는 것? 이런 건 문제가 아니다. 반면 30분마다 손을 씻으러 가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면? 문제일 수 있다.

□ 넓게 봤을 때 ‘삶의 궤적’에 들어가는지 
결혼, 취업, 출산 등 사회가 일정한 나이의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성취가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치에 꼬박꼬박 맞추는 건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넓게 봤을 때 삶의 큰 궤적 안에 들어가거나 힘들지만 꾸역꾸역 해내면 정상이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너무 오래 머물게 되면 정상 범위에서 멀어질 수는 있다. 

□ 성향의 문제인지 상황의 문제인지 
내성적인 사람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면 당연히 떨리고 불편하다. 그것을 개인의 성향 문제로 받아들여 불안 증상이나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PART 2 당신 탓이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심리적인 괴로움, 내 마음의 생활기스는 내 탓만이 아니다. 안으로 움츠러들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대신 세상 탓을 좀 해도 된다. 생활기스의 근본적인 원인 4가지. 


원인 1 창피한 게 참 많은 문화 
돈이 없어 창피하고, 살이 쪄서 창피하고, 연애를 못해 창피하다. 애인이 초라하면 남들에게 보이기가 창피하다. 창피한 것 천지다. 그런데 이게 개인의 탓이기만 할까. 심리상담사 백영묘는 한국의 독특한 심리현상 중 하나가 ‘체면 지키기’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튀지 않기’ ‘있어 보이기’죠. 이런 심리의 저변에는 집단주의와 획일주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서 개인에게 다양성을 추구하라거나 집단의 문화를 변화시키라는 말은 막막하게 들릴 뿐입니다.” 정신보건이나 심리상담은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백 상담사는 체면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사람들에게 “화끈하게 초점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노을이 좋다, 손빨래는 싫지만 설거지는 좋다 등 굳이 이유 없이 좋은 것에 집중해보라는 것. 법에 저촉되는 것만 아니라면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고 소박한 만족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나아진다.

원인 2 준비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세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인데 유독 이성문제에서는 갈팡질팡하는 경우를 봅니다. 단순히 고민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혼란을 겪는 거죠.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업전쟁의 시대, ‘젊음의 실험기’였던 20대는 오직 ‘안정’을 위해서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연장이 돼버렸다. 행동하고 배우며 어른이 될 시기에 토익 교재만 본다. 이제 ‘실험’이나 ‘실패’는 사치스러운 단어가 되었다. 그 결과, 준비 없이 30대를 맞게 됐다. 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다.

원인 3 갤러리맨, 암반수족의 시대 
강박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사회다. 새벽과 점심시간을 쪼개어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딴다. 일모작도 아직인데, 벌써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한다. 도태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커지게 되면 당연하게도 일과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 후유증으로 직장 생활의 모든 일을 관망하듯 구경하는 ‘갤러리맨(골프관람객인 갤러리에 비유한 말)’이 되거나 주인의식 없이 절대 눈에 띄는 일을 벌이지 않고 눈치껏 조용히 지내는 ‘암반수족’이 늘어났다. 가늘고 길게 직장 생활을 하려다 보니, 일에서 성취감을 얻는 대신 만성적 우울과 불안만을 느낀다.

원인 4 ‘쿨’ 하려다가 ‘쿨병’ 걸린 인간관계 
그깟 이별쯤 쿨하게 털어버리지 못하고 며칠 밤을 우는 나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이별이란 언제나 느닷없고 황망한 것. 아픈 건 아프다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하다. 감정을 터뜨리는 게 두려워 억누르면 위험하다. 적절하게 표출되지 않는 감정은 뾰루지처럼 곪아 언젠간 터지고 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도 한몫한다. 카메라는 현대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만들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그러나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에 연연하다 보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돌아볼 여력을 잃는다. 쿨해 보이기 위해 분노와 슬픔, 외로움처럼 걸리적거리는 감정에 초연하려다 보면 오히려 불안과 박탈감이 차오르게 된다. 어떤 것을 성취해도 타인의 더 대단한 성취가 실시간으로 전시되는 세상. 끝없이 비교당하고 끝없이 비교한다. 사회적 좌절과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쿨. 그러나 쿨의 딜레마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잡아끌 수 없을 때가 온다. ‘쿨 갑옷’을 벗어버릴 것. 


때린 곳 또 때리는 최악의 말 10
이런 말 때문에 마음속 생활기스가 나날이 는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나도 남에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예쁘면 다 해결돼. 살부터 빼! 성형해!” 
“너는 네 주장이 없니?”
“애도 아니고 무슨 사랑 타령이야, 
사람 다 거기서 거기야.” 
“외롭다고? 애 낳아봐, 감정은 사치야.”
“너 또 그럴 거잖아.”
“그냥 너도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 
“그러게, 돈을 모았어야지.” 
“네가 그렇게 똑똑해?”
“너, 변했다.”  
“네가 그렇지, 기대한 내가 바보다.”



PART 3 마음속 ‘생활기스’, 어떻게 치유할까?
원인과 증상을 알았다면 이제 구체적인 치료가 남았다. 생채기에 연고를 바르듯이,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생활기스 치유법.


각종 심리 테스트를 그만둔다 
내가 혹시 비정상은 아닐까, 불안해진 마음을 쿡쿡 찌르고 자극하는 요소가 도처에 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온갖 심리 테스트가 그중 하나. 김선옥 심리상담사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상담기관이나 사설상담소를 찾아가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대개 죽을 만큼 힘들 때에야 겨우 찾아오죠. 반면 심리 테스트는 너무나 쉽고 간편합니다. 그러다 보면 간단한 질문 몇 개에 대답하고는 스스로에게 강박증,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등의 진단명을 붙이게 됩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오늘의 운세 보듯이 흥미 위주로 다뤄서는 곤란합니다.” 인간에게는 고통을 참고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일요일 밤이면 짜증을 넘어 눈물까지 찔끔 나올 정도로 우울하지만, 막상 월요일이 되면 생각만큼 괴롭지는 않다. 그럭저럭 하루를 잘 꾸려간다. 마음이 편안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을 못 참게 된 건 아닐까? ‘장애’란 실생활에 큰 이상을 일으킬 정도여야 한다. 즉, 증상이 생활 전반에 걸쳐 오래 나타났고,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속적 영향을 미친 경우에만 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아무리 ‘정상적’인 인간이라도 약간의 강박, 편집증, 히스테리는 있다. 자신을 문제덩어리로 오해하지 말자. 심리진단은 인터넷 심리 테스트가 아니라 훈련된 전문가에게 받아야 한다.  


행복은 순간의 감정
<런던 타임즈>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1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
2 아기를 목욕시키고 난 어머니
3 세밀한 공예품을 만들고 나서 휘파람을 부는 목공 
4 어려운 수술에 성공해 생명을 구한 의사

행복은 ‘순간’이며, 해야 할 일을 마친 때, 내가 타인에게 중요한 존재란 걸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금세 지나가고 뒤 이어 무덤덤한 일상이 찾아온다. 지루한 일상을 불행하게 여기면서 행복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히면 곤란하다. 권태를 잘 즐기는 인생이 최고다. 


우울은 삶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시킨다 
정신분석가 에미 거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일에서 실패하거나 조금 도태될 때 심리적으로 어리둥절해진 인간은 이에 ‘우울 반응’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꼬인 상황을 풀고자 할 때 오히려 무기력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 받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것. 그 과정이 무사히 지나가고 나면, 자신 안에서 오래 가지고 있던 믿음과 이 일을 계기로 새롭게 얻어낸 결과를 통합하면서 한층 변화된 인간이 된다. 그러므로 만약 이 순간 우울하다면 ‘내가 지금 암중모색의 시기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이코드라마에서도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오면 오히려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지 않나. 우울은 수치스럽거나 제거돼야 할 감정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그래, 나는 약점이 있어! 그래서 어쩔 건데.”
세계적 석학 버트런드 러셀이 강의를 하기 전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되뇌던 말

“네가 항상 옳다는 것을 잊지 마! 심지어 네가 틀렸더라도 말이야!”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 중 로빈슨 부인이 주인공 루이스에게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장애물은 대부분 아주 약한 사람들이 뛰어넘을 수 있는 거야.”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설과 영화에서 찾은 생활기스 치유법

1 마음을 다독일 장소를 찾는다 / 소설 <키친>의 미카게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살다 할머니의 죽음을 맞은 스물세 살의 미카게. 세상에 완벽하게 홀로 남겨진 미카게는 침대를 두고도 굳이 냉장고 옆에서 잠을 청할 정도로 부엌에 집착하게 된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그에게 부엌은 구강기적 갈망이며 엄마의 품의 대체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성전환 수술을 한 유이치의 엄마와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남학생 유이치가 등장한다. 그들은 미카게에게 간섭도 재촉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집에 놀러 오는 미카게가 스스로 슬픔을 떠나 보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유이치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미카게는 어른이 되는 과정의 불안을 이겨내고 새롭고 낯선 세계로 나설 준비를 한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이치의 집처럼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중간 세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일종의 실험장인 셈이다. 소공녀 세라가 상상놀이를 하는 다락방처럼 현실의 고통을 이겨낼 장소이며 라이너스의 담요처럼 부모와의 분리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이다.

2 누가 뭐래도 나다운 선택을 한다 /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1년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런웨이>지의 편집장 비서직을 택한 그녀. 그러나 편집장은 모든 이를 무자비하고 혹독하게 다룬다. 살아남으려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편집장 미란다는 앤드리아의 사생활마저 통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앤드리아는 자신의 마음고생을 몰라주는 연인을 서서히 원망하게 된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만날 때, 연인과 이별할 때조차 그녀는 편집장의 전화를 받아야 한다. 선택권이 없다. 명령만이 있다. 점점 자신이 원래 속했던 세계와 멀어지는 그녀. 그러나 미란다를 따라 파리로 간 앤드리아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무수한 일이 결국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본래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새 언론사에 합격한다. 앤드리아가 상처를 극복한 방법은, 자신의 선택을 뒤엎을 수 있는 용기였다. 용기는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상황과 타인을 탓하지 않기 시작할 때 생겨났다. 세상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도 절대 빼앗을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나의 선택권이다.

<출처:sing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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