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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러서 더 아름다워진다

2015.12.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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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감정이 나를 두 방망이 친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꼼냥꼼냥? 두근두근? 콩닥콩닥? 무슨 표현을 쓰더라도 그 처음이 주는 심정을 다 담아내긴 힘들다. 처음은 설레기도

하면서 두렵다. 기쁘면서도 낯설다. 불안하면서도 기대된다. 그게 우리가 처음이란 단어에 가지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 처음이란 단어는 또 하나를 수반하는데 그게 늘 바로 물리쳐야 할 적이라고 생각되는 스트레스다.

흔히 스트레스는 안 좋은 일이 있을때만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있을때 피어오른다. 왜나하면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를 끈질기게 살아내며

수도 없이 이 처음이란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처음하는 게 참 많다. 처음 먹어보는 것도 참 많았고, 처음 타 보는 것도 많았고, 처음 가보는 곳도 많았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친구들이 바뀌었고, 선생님이 바뀌었다. 개학하기 며칠 전부터 그 두려움과 설렘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처음이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며, 처음없는 무언가는 주변에 없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이 처음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의 연속이며, 예전처럼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느순간부터 처음이라는 변화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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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강력했던 처음은 "아버지의 울음"이었다. 할아버지꼐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버지의 울음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군인 출신이며 가부장적이던 아버지, 과묵하고,물음에 답하지 아니하고, 언제나 숨 막힐 듯한 포스를

풍겨대던 아버지. 내게는 넘을수 없는 벽이었고 또한 나를 지켜내는 견고한 벽이셨다. 그런데 그날 눈믈을 흘리시며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들아 이제 네가 와도 우리 손자 왔구나 라고 말씀을 못하시는구나." 내게 그 말과 내 생에 있어 아버지의 울음은

다시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나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무섭다를 넘어서 어린 내게 공포감을 주셨다. 나는 어릴적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아침잠이 많았지만, 아버지가 안방에서 내방으로 전너오는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깨는

아들이었다. 내 기억에 아버지와 함께 공놀이를 한다거나,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거나, 아버지와 웃으며 대화를

한다거나, 아니 아버지와 무엇인가를 함께 하였다는 기억조차 없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숨 막혔고 그런

아버지를 다른 친구들의 아버지와 비교하며 원망에 원망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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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나는 마음을 바꿔 힘내 물었다. 제가 어릴적 왜 당신은 제게 사랑을 보여주시지 않았냐고, 왜 내게

따뜻한 손을 내밀지 않으셨냐고, 왜 늘 대답에 질문도 안해주시고 나와 시간을 함꼐 해주지 않으셨냐고 따지듯 

물었다. 아버지는 한참을 생각하시다 내게 말씀하셨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무슨 말을 너에게 해주어야 할지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구나.

그땐 나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아빠였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 아버지도 서툴렀구나. 아버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셨구나. 그래 아버지도 처음이었구나

나는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아들이 울때 아버지는 당황하셨을거다. 시험에 실패해 풀이 죽어 있는

아들에게 무슨 말이 힘이 되는지 모르셨을거다. 연애를 시작해 들뜬 아들에게 무슨 조언이 필요한지 모르셨을거고,

지금 사랑이 필요하다는 내 무언의 사인을 알아보지 못하셨을 거다.

아버지도 처음이시니까,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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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처음을 맞이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과 처음이 존재한다. 우리는 상처에 익숙해지고,

만남에 익숙해질 거라 믿는다. 나이가 들면 사람에 대한 처세에 밝아지고, 잘 할수 있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조차 처음이다. 왜냐하면 당신에게 만남은 익숙하지만 그 사람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사람에게도 당신은

처음이다. 당신도 그렇다. 세상 모두가 다른데 그 처음에서 오는 설렘과 두려움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래서 실수도

하는 거고 오해도 하고 눈앞에 진실에 기만당하기도 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처음이기에 우리는 모두 서툴다.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

더군다나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가지는 꼭 기억하자. 서로가 처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우리는 모두 서툴러서 더 아름다워진다.

 

(출처: brunch_myste.Lee,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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