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질학자인 수기 켄이치 교수는 일본 남서부의 이와기 섬에서 우연히 돌 한 개를 주웠다. 우연히 주웠다고는 했지만 그는 암석광물학자였으며, 자연을 상대로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탐구해왔었기 때문에 결코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색이 고와서 기념으로 가져온 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최초로 발견한 돌은 갈색이 도는 황색으로 아주 작은 결정이 박힌 돌이었다. 실험실에 돌아온 그는 시료에 박힌 광물을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광물이기에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유난히 아름다운 그 돌을 연구하였다. 결과는 의외로 지금까지 보고된 광물과는 다른 환형규산염광물에 속하는 신종광물이었다.

그는 그 결과를 1944년 학계에 보고하고 이름을 수길라이트(Sugilite)라고 붙였다. 이 광물의 화학식은 KNa₂(Fe,Mn,Al)₂Li₃Si₁₂O₃₀으로서 매우 복잡한 화학조성을 가지고 있는 규산염광물로 모스 경도는 6~6.5, 굴절률은 범위에 오는 돌이다. 돌의 색깔이 아름다워 보석으로 활용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산출지를 좀 더 자세하게 추적하였다. 그러나 그 돌은 섬장암 관입체에서 산출되는데, 산출량이 미미하여 상업적인 가치는 없을 것 같아 보석업계에 등장하지는 못하였다.

학계에 이 광물이 보고된 후 1955년 인도의 한 망간광산에서 광석을 캐내면서 분홍색의 한 광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광물이 수길라이트임이 밝혀지는데 또 몇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에 발견되는 수길라이트는 산출이 희귀하다는 보석의 조건 중 한 가지 요건은 충족시키고 있었지만, 산출된 돌은 보석업계의 관심을 끌기에는 품질이 역부족이었다. 그러고 나서 20여 년이 지난 1975년에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남단의 망간을 생산하는 웨셀 광산에서 이 돌이 또다시 새롭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보석으로서 사용되기에는 낮은 질의 돌이었다.

그러던 1979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광산 약 1천 m 지하의 갱도에서 드디어 보석용 질을 갖는 맥상의 수길라이트가 산출되었으며, 산출되는 양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수길라이트의 포켓에서 약 4,500kg 정도가 산출되었다. 이런 발견과 산출량은 새로운 보석을 찾던 이들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전체가 보석용 질을 갖는 수길라이트는 아니었으며 그중 최상의 투명한 돌은 전체 생산량의 0.05%에 불과했다. 그 후로 이 돌은 캐나다에서도 호주에서도 연이어 발견되었다. 일본에서와는 달리 이 돌은 층상 망간광산에서 부산물로 산출되었다. 여러 가지 원소들로 구성된 이 돌은 구조 내의 망간에 의해 아름다운 남적자색을 띤다.

대부분의 수길라이트는 불투명한 상태로 산출되지만 어떤 것은 거의 투명하여 다른 유색 보석에 비해 손색이 없었으며, 이 돌이 갖는 색깔은 보통의 것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길라이트는 미정질 집합체로 산출되며, 군데군데 칼세도니들이 산점상으로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순수하고 투명한 상태의 수길라이트는 전체 생산량의 0.05% 미만으로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비교적 고가로 거래된다. 다만 규산염광물로써 보석으로 사용하기에는 굳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부성분으로 칼세도니가 들어간 경우에는 경도가 약간 증가된다.

보석으로 사용하기가 애매한 불투명한 돌은 장식용 소품을 조각하는 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반투명한 것들은 캐버션 커트를 하거나 구슬로 만들어 목걸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길라이트는 터키석보다는 화학적인 용매에 대해 더 안정하고, 단백석보다는 열과 건조에 더 저항성이 강하지만, 착용 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