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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의 저작권

2016.04.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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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쓴 글은 아무나 가져다 써도 되는 글일까? SNS에 쓴 모든 글이 당연하다는 듯 공공재 취급을 받는 시대에, 글의 저작권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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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트위터 유저A는 라디오를 듣다가 자신이 며칠 전에 쓴 트윗이 어느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로 둔갑한 것을 알게 됐다. A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 달 전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트윗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나간 적도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는 오래전부터 A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고, A가 항의하자 자기가 쓴 대본이 아니라 청취자가 보낸 사연이라며 발뺌했다. 역시 이런 일을 종종 겪는 또 다른 유저 B는 사람들의 트윗을 ‘관심글’에 무더기로 담는 계정은 무조건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타임라인을 읽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해서가 아니라, 아예 일정한 간격으로 몇몇 사람의 계정에 들어와 연애나 인간관계에 대한 트윗을 쓸어 담는 유저들이 있어요. 십중팔구 나중에 어디에 쓰려고 저장하는 거라고 봐요.” SNS에서는 유저 본인이 ‘잠금계정’이나 ‘친구공개’로 설정하지 않는 한 모든 글이 전체공개로 게재된다. 조회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인터넷 미디어들이 SNS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를 무단으로 도용해 기사를 쓰기에 여러모로 편리한 환경인 셈이다. 날이면 날마다 온갖 SNS에서 퍼온 내용으로 수십여 개의 언론사가 똑같이 찍어내는 온라인 기사가 쏟아진다. 물론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이나 사전 동의가 있었을 리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인터넷처럼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그 정도는 각오했어야 하는 거 아냐?” 관점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다. ‘차를 몰고 나가면서 교통사고로 죽는 거 정도는 각오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와 ‘그런 일은 네가 자초한 것이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고, 절대 같아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트위터에 쓴 글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판례가 있기는 하다. 지난 2012년 한 출판사가 소설가 이외수의 트윗을 모아 <이외수 어록 24억짜리 언어의 연금술>이라는 제목의 무료 전자책을 출간했다. 이외수 측은 해당 출판사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저작권 보호 대상인지를 법정에서 가리는 첫 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이 소송은 결국 출판사에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되면서 마무리됐다. 당시 판결 내용을 짧고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트위터의 약관 규정과 이용 관행만 지키면 거기 있는 글을 당신이 이래저래 좀 만져도 돼. 그런데 그걸 당신 좋자고 트위터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가면 저작권법 위반이지.” 비슷한 시기인 2013년 1월, 미국에서는 SNS에 올린 사진도 저작물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프랑스 통신사 AFP가 사진가 다니엘 모렐이 촬영하고 SNS에 올린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 사진을 사전 동의 없이 보도용으로 사용했고, 저작권 위반 소송에 휘말리자 ‘SNS의 특징상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재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으로 본다’는 트위터 이용약관을 근거로 맞섰다. 결과는 AFP의 패소. 미 재판부의 판단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았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나름대로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반전은 위에서 언급한 판결문 안에 숨어 있었다. 정확히는 이 부분이다. ‘트위터의 약관 규정과 이용 관행만 지키면’. 우리는 이미 트위터에 가입하면서 이용약관에 명시된 방법을 따르기만 한다면 내가 쓴 트윗을 마음대로 재사용해도 된다고 동의했다. 이외수나 다니엘 모렐이 재판에서 이긴 이유는 ‘남의 저작물을 내 이익을 위해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용한 사람들이 트위터가 공식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니엘 모렐의 승소 판결이 나온 바로 며칠 후 트위터는 임베딩이라는 새 기능을 발표했다. 임베딩은 특정 트윗을 웹사이트에 삽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 트위터가 인증한 임베딩 기능을 이용해 기자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특정 내용을 기사에 삽입하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달 전쯤 배우 김의성이 이정재, 전지현, 김혜수 등 최근 영화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트위터에 쓰자, 그것을 고스란히 임베딩으로 퍼간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의 기사는 법적, 기술적으로 딱히 문제가 없으면서도 도덕적으로 심각하게 문제적으로 보이는 기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사의 거의 모든 문장이 김의성이 쓴 트윗을 인용한 것이었는데, 이 인용의 나열을 하나의 글로 연결하기 위해 기자가 앞뒤로 덧붙인 ‘이외에도’ ‘이어’ ‘또’ ‘한편’이 몇몇 조사와 함께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글에도 지분이 있다면  이 기사의 대주주는 김의성이 되는 게 마땅할 정도였다. 김의성은 강하게 항의했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위키트리는 ‘우리는 원칙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기사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건재하다. 그렇다면 이 글의 결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온라인 매체가 임베딩으로 마구 퍼날라도 손쓸 방법이 없으니 SNS에는 저작권 개념 따위 없다고?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쓰는 글은 애초에 도난당할 운명이니 자포자기하라고? 어차피 이래저래 남들이 퍼가고 훔쳐갈 테니 그냥 SNS 따위 몽땅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보기엔 좀 추해도 법적으로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걸 인생의 교훈으로 삼고 우리도 좀더 약삭빠르고 치사하게 살아보자고?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일수록 정공법적인 답, 그러니까 SNS 유저와 인터넷 미디어들이 올바른 인용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보다 ‘당장 돈 되는 것’이 대접 받는 시대에, 그 옛날 유치원에서 배웠던 ‘남의 것을 훔치는 건 나쁘다’부터 다시 돌아가 설득을 시작하려니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출처 : sing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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